#2 추운 겨울 피어난 단아한 선혈색 생명, <동백꽃>
동백꽃(冬柏 꽃)
한자 겨울 동(冬)과 측백나무 백(柏)을 합친 이름 동백. 다른 말로 겨울의 장미라고도 불린다.
◆동백꽃은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소교목입니다. 다시 말해,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 걸쳐 약 200여 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꽃은 늦겨울부터 봄까지 피며, 11월 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2~3월에 만발합니다. 겨울 즈음에 모습을 드러내 새해에 꽃을 피우는 점, 그리고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운다는 점에서 희망, 진실한 사랑, 절조, 애타는 사랑과 같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백꽃의 전설

어느 옛날, 금실이 좋은 부부가 살았다. 하루는 남편이 일이 생겨 배를 타고 떠났다. 그러나 분명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바닷가에서 지나는 배를 보며 남편이기를 기도하여도, 해가지고 달이 떠올라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병에 걸려 드러눕게 되었다.
아내는 자신이 곧 숨을 거둘 것을 알았는지 마을 사람들에게 "내가 죽거든 남편이 돌아오는 배가 보이는 곳에 묻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결국 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정성 어린 간호에도 숨을 거두었다.
마을 사람들은 양지바른 곳에 그녀의 시신을 묻어주었다. 그러나 장례를 치르고 오니 집 앞뜰에 흑비둘기 떼가 날아들어 기이한 말을 하였다.
“열흘만 기다리지... 남편이 온다. 웬수야 열흘만 일찍 오지 열흘만...”
그리고 정말로 그날로부터 열흘이 지난 후에 남편은 배를 타고 돌아왔다. 돌아온 남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내가 자신을 기다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덤으로 달려가 한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통곡하였다. 왜 죽었냐고, 바다가 정말 웬수라고,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이라고.
남편은 죽은 아내 생각에 매일 무덤가에 와서 슬피 울다 돌아가곤 했는데, 하루는 아내의 무덤에 전에 보지 못하던 조그마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에는 붉은 꽃이 피어있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빨갛고 서리 낀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 꽃이 울릉도 전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동백꽃이다.
◆비하인드
햇빛 찬란한 어느 날, 몸이 너무 지쳐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머릿속에서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때 누가 들려줬던 이야기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는 조금 퇴색된 이야기. 그리고 머지않아 나는 그것이 동백꽃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을 생각해 냈다.
옛날에 꽃이라는 것은 무조건 봄에만 피고 겨울에는 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리하여 11월만 되어도 전혀 꽃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 어떤 이가 겨울에도 피는 예쁜 빨간색 꽃이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그때 당시에는 그저 신화 거나 지어낸 이야기라고 치부하여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꽃의 사진을 계속 내 얼굴에 갖다 대며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었던 그 그림자가 조금 애틋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말 그 해 11월 말, 나는 동백꽃을 보았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한때 내게 동백꽃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과 함께.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고, 글을 쓰면서 꽃이나 꽃말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핸드폰 스크롤을 내리면서 마음에 드는 꽃의 사진들을 보다가 문득 이 적색 꽃을 발견하였다. 겨울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조금은 독특한 생물, 동백꽃을.
By Canape